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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탈출기] 두려움부터 날려라!

100명당 9명… 4년새 무려 8배

‘신종 불치병’ 고달픈 병원 순례


온몸에 모기를 물린 듯 간지럽다. 긁고 나면 상처만 남는다.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 피부가 쩍쩍 갈라진다. 만약 몇 년씩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얼마나 괴로울까? ‘현대판 만성병’ ‘신종 불치병’이라 불리는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다. 아토피 환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서울지역은 초등학생 3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아토피 산업 역시 날이 갈수록 덩치가 커져 5000억원대 규모로 추산된다.

아토피는 끝이 보이지 않아 괴로운 질병이라고 환자들은 입을 모은다. 완치란 없고 평생을 두고 관리하는 질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환자와 가족들은 해마다 아토피 치료에 수백만원씩 쏟아붓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하소연한다. 병원을 순례하고 공기 좋은 곳을 찾아 귀농하거나 이민을 결심하는 경우도 흔하다.

주간조선은 아토피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지긋지긋한 가려움에서 해방된 사람들을 만나 비법을 물었다. 양·한방 의사들에게도 ‘아토피 환자를 위한 지침’을 구했다. ‘민간요법이 가장 많은 질병’이라는 아토피, 그 불확실성과 싸우는 환자들을 위해 아토피 완치로 가는 지름길을 안내한다.

낮 기온이 15도를 웃돌던 지난 3월 18일,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지원(가명·여·38)씨는 딸 아이에게 모자를 씌우고 목도리를 감아 줬다. 엄마 손을 잡은 딸 박모(10)양은 5분 거리에 있는 병원을 가는 동안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한겨울에나 어울리는 박양의 복장을 보고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된 박양은 아토피 피부염 환자다. 모자를 벗으니 얼굴은 화상을 입은 듯 붉게 달아올라 있다. 목도리 속에 감춰진 목은 상태가 더 심각했다. 긁어서 생긴 흉터와 갈색으로 변한 피부가 고목(故木)처럼 주름져 있다.

엄마인 김씨는 “학년이 바뀌면서 딸아이의 증상이 심해졌다”면서 “소심하고 수줍음이 많아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모양”이라고 했다. 김씨는 “건조하고 황사가 심한 봄철은 아토피 환자에게 최악의 계절”이라면서 “밤새 잠도 못 자고 학교 가기 싫다고 우는 딸이 안쓰럽다”면서 눈시울이 벌게졌다.

서울 초등생 3명 가운데 1명이 아토피 환자

전문가들 “식생활·새집증후군·유전이 원인”


아토피 환자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되 추후 깨끗이 씻어야 한다. / photo 조선일보 DB

‘신종 불치병’이라 불리는 아토피 피부염(이하 아토피) 환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지역 초등학생 3명 중 1명은 아토피를 앓고 있다고 추정한다. 전국적으로도 아토피는 골칫거리다. 2005년 보건복지가족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유병률은 91.4명에 이른다. 아토피는 천식과 더불어 대표적인 환경성 질환으로 꼽히지만 증가세는 천식보다 가파르다. 천식 환자는 2001년 인구 1000명당 11명에서 2005년 23.3명으로 4년 동안 두 배 정도 늘었다. 반면 아토피 환자는 2001년 인구 1000명당 12명으로 천식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4년 만에 7.6배 정도 늘어났다. 유병률은 조사 대상자 중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다.

아토피의 원인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유전·식생활·새집증후군 등이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해 5월 말부터 6개월 동안 만 0~7세인 영유아 6453명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유전·식생활·새집증후군은 아토피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3분의 1봉지 이상 라면을 먹을 경우 아토피 피부염에 걸릴 위험도는 2배 정도 높아진다. 아기가 출생하고 1년 이내에 새집이나 수리한 집으로 이사한 경우 위험도는 2.4배가량 뛰었다. 가족력도 무시할 수 없다. 알레르기질환을 앓은 경험이 있는 가족이 있을 경우 아토피 피부염에 걸릴 위험도는 약 6.9배나 높았다.

83%가 수면장애 호소… 성장부진·성격장애도

비염·천식 유발하고 다른 피부질환에도 취약


아토피는 ‘관리하는 질병’이라고 불린다. 완치가 어려워 재발을 막는 데 힘써야 한다는 뜻이다. 아토피 환자들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크게 성장 부진, 성격 장애, 추가 질병 등으로 나뉜다. 참을 수 없는 가려움과 피부 변화로 인해 사회 활동에 제약을 받는 경우도 흔하다. 당연히 삶의 질은 낮을 수밖에 없다.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박영립 홍보이사는 아토피가 성장과 성격형성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박 이사는 “한창 자랄 아이들이 아토피 때문에 음식을 골고루 먹지 못하고, 잠을 설치는 것은 그 자체로 스트레스”라면서 “특히 심한 가려움과 긁으면 더 심해지는 악순환 탓에 성격이 예민해지기 쉽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의료원 아토피 환경 건강연구소의 조사로는 아토피 환자 중 82.5%가 수면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성장학회 김애경 홍보이사는 성장부진과 아토피의 상관성을 강조하면서 “성장치료에 앞서 이 같은 알레르기성 질환의 치료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토피가 ‘알레르기 행진’ 현상을 일으키는 것도 문제다. 순천향대병원 소아과 편복양 교수팀이 2006년 서울지역 병원을 찾은 6세 미만 환자 22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토피 피부염 환자 대부분이 나이가 들면서 비염과 천식 등으로 진행하는 이른바 ‘알레르기 행진’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식증상이 있는 어린이의 57%, 알레르기 비염 환자 10명 중 3명은 과거 아토피 피부염을 앓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지긋지긋한 아토피에 이어 비염과 천식까지 따라온다는 뜻이다. 조사를 진행한 연구팀은 “소아기 알레르기 행진을 예방하기 위해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토피 환자는 다른 피부질환에도 쉽게 걸린다. 중앙대병원 피부과는 900여명의 환자를 조사한 결과 아토피 환자 가운데 여드름, 두드러기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30%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게서 이처럼 동반 질환이 많은 것은 피부 각질층의 피부 장벽이 제 기능을 못하고, 미생물에 대한 면역반응이 떨어지면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진균 등의 감염 빈도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의료진은 분석했다.

관련 카페만 수천 개… 치료비 연 수백만원

회사 그만두고, 공기 좋은 곳 찾아 이민 고민까지


기업 홍보 담당으로 8년째 근무하는 이윤경(가명·여·33)씨는 최근 부부싸움이 잦아졌다. 갓 돌 지난 아들이 아토피 진단을 받은 게 화근이었다. 이씨의 남편은 모든 책임을 아내에게 돌렸다. 이씨가 회사일을 하느라 아기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탓에 아토피에 걸렸다는 것이다. 이씨는 “남편이 야속했지만, 아기가 가려워서 괴로워하는 걸 볼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그는 “심각하게 사직을 고민 중”이라면서 “아토피 환자를 키우는 고통이 만만치 않다”고 하소연했다.

보습 로션을 바르고 있는 아기들. / photo 조선일보 DB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과 네이버에 ‘아토피’로 검색하면 관련 카페만 각각 5262곳, 1259곳이 쏟아져 나온다. 아토피 관련 정보와 고민을 나누는 사이트에서는 “공기 좋은 곳에 가면 아토피가 나을 것 같아 뉴질랜드 쪽으로 이민 갈 생각”이라거나 “우리 아기가 아토피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 병원만 5곳을 돌았다”는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부모들은 아토피 치료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라고 울상이다. ‘카더라’식 정보만 듣고 병원을 기웃거리다 보면 상태는 좋아지지 않고 돈만 들이기 일쑤이기 때문. 실제로 지난해 서울의료원이 서울 시내 5개 대학병원과 1개 종합병원을 방문한 0~20세 미만의 아토피 질환자 10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3세 이상 20세 미만 아토피 환자들은 치료를 위해 연간 638만3000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토피 치료를 위한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아토피 환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정부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아토피는 나라가 관리해야 할 질병”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7년부터 천식·아토피 질환 예방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2012년까지 천식·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 종합연구를 위한 지역별 ‘환경성 질환 연구센터’ 11곳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아토피 유병률이 가장 높은 서울시에서는 아토피·천식 교육정보센터(www.atopyinfocenter.co.kr)’를 운영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 접속하면 아토피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와 함께 매달 열리는 무료 공개강좌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전문가에게 무료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문의 1577-7581

아토피 피부염

아토피 피부염(Atopic dermatitis)은 피부에 발생하는 만성 알레르기 염증성 질환이다. 흔히 ‘아토피’라 불리며 빨갛게 발진이 생기고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환자의 나이와 질환의 진행 정도에 따라 증상이 달라진다. 피부 염증이 오래 지속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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